계절 워크샵


5월의 첫번 째 워크샵  /  Preserved 지금의 장아찌와 엔초비


매년 이맘때 쯤이면, 부산의 기장지역 근처 모든 숙소가 가득 들어차는 순간이 온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생멸치로 새콤달콤한 회무침부터 얼큰한 찌게에 쌈밥까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었음직한 싱싱한 멸치요리를 먹고자 전국에서 몰려오기 때문이란다.

Someone's Recipe


<누군가의 레시피를 가지고 요리하는 순간에는 기묘한 설렘이 있다. 어릴 적 부엌에서 콩나물 머리를 따며 어깨너머로 불 위에서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 내던 엄마를 바라보던 시간처럼, 나의 부엌에 누군가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그와 함께 요리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니까>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이지만, 유명 셰프의 레시피라고 성공률이 높다고는 말할 수 없다. 결국 요리를 하는 사람이 나이기 때문일 테다. 특히 이국적인 스파이스를 쓸 때면 정말 이렇게 많이 넣어도 될까 싶은 경우가 태반이고, 소심하게 절반만 넣었다가 아무 맛도 안나는 경우도 비일비재. 반대로 너무 과신해서 정량을 넣었다가 한국인이 절대로 소화 불가한 현지 요리가 탄생하는 경우도 감수해야 한다. 이쯤 되면 '먹는 거로 장난치는 거 아니야!' 엄마의 잔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정말 안타까운 점은, 이 많은 레시피를 전부 다 테스트하기에 우리의 주말은 너무 짧다는 사실이다.


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 음악처럼 레시피도 누구나 완벽히 재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국의 요리 전문서점 Books for Cooks에는 항상 셰프가 있고, 그들이 읽은 수많은 레시피 중 좋아하는 요리를 직접 만들어 서비스한다. 새로운 요리책을 발표하는 날이면, 그 책의 저자가 직접 주방에서 책에 실린 레시피를 요리해서 선보이는 쇼케이스를 함께 하기도 한다. 원곡 가수가 불러주는 작은 콘서트처럼, 요리책의 저자가 맛 보여주는 레시피를 맛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 순간적인 맛에 대한 기억이 얼마나 오래 간직될지 알 수 없지만, 책 속의 맛에 대해 직접적인 기준이 생긴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일이다. 이제 그 레시피로 요리를 해보면, 최소한 작가의 의도대로 만들었는지 아닌지 정도는 구별할 수 있으니까. 상상 속의 레시피가 책 밖으로 걸어 나오는 유일한 순간이다.


누군가가 만든 음식에는 결국 그 사람의 기준이 낱낱이 드러나고 만다. 그렇게 생각하면 결국 레시피의 맛의 기준이란, 그 저자가 만들어주는 요리를 먹어볼 때나 가늠 가능한 것이 아닐까.